
사람이 완벽해질 수 있다는 말은, 어쩐지 늘 불안하다.
결함이 사라진 자리에는, 대신 무엇이 들어올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.
『The Price of Honey』는 그 불안한 질문에서 시작된다.
사랑과 기술, 그리고 통제에 대한 이야기.
겉보기에는 단순한 장면이다.
억만장자의 장례식,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, 그리고 아름다운 아내.
하지만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이상한 균열이 있다.
죽은 남편이 정말 죽은 것이 맞는지,
그리고 그가 남긴 것들이 단순한 유산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.
허니는 남편의 장례식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
이미 무언가 어긋나고 있음을 감지한다.

이 소설은 죽음으로 시작하지만,
정작 이야기하는 것은 ‘죽지 않으려는 욕망’이다.
기술을 통해 의식을 업로드하고,
존재를 데이터로 남기려는 시도.
죽음은 더 이상 끝이 아니라,
단순한 ‘전환’이 된다.
하지만 그 전환 이후에도
그 사람이 여전히 ‘그 사람’일까?
읽다 보면 점점 더 불편해지는 지점이 있다.
첫 번째는 ‘완벽하게 조정된 사랑’이다.
허니는 남편에게 사랑받았지만,
그 사랑은 점점 그녀를 바꾸는 방향으로 작동한다.
더 부드럽게, 더 순응적으로, 더 ‘문제 없는 사람’으로.
사랑이 아니라, 업데이트에 가깝다.

두 번째는 ‘관계의 알고리즘화’다.
이 작품은 아내와 AI를 은근히 겹쳐 놓는다.
원하는 대로 반응하고,
갈등을 최소화하며,
점점 더 “최적화된 존재”가 되어가는 것.
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
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.
짜증, 거절, 불편함, 그리고
‘있는 그대로의 나’.
세 번째는 **‘통제의 대가’**다.
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람은 결국
타인뿐 아니라 현실까지도 바꾸려 한다.
죽음조차 통제하려는 시도.
하지만 그 결과는
예상보다 훨씬 기묘하다.

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
허니가 점점 조용해진다는 걸 느끼게 된다.
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,
자신의 감각을 다시 붙잡는 과정처럼 보인다.
그리고 어떤 순간,
그녀는 선택한다.
알아볼 수도 있는 것을
알아보지 않기로.
그 선택은 작지만,
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균열이다.
문장은 가볍게 흐르지만,
그 안에 담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.
“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
당신을 완벽하게 만들고 있다면,
그건 여전히 사랑일까?”

이 소설은 길지 않다.
하지만 읽고 나면 오래 남는다.
마치 누군가가
나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가도,
딱 한 군데씩 틀리고 있는 느낌처럼.
그 어긋남이
이야기의 끝까지 따라온다.
우리는 종종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이 되기를 원한다.
하지만 그 과정에서
‘지금의 나’를 지워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.
『The Price of Honey』는
그 질문을 조용히, 그러나 집요하게 남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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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oody's Story & Reminisence
© Woody.Lee I makeofqt.tistory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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